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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진화경제학의 이론적 기초와 현대적 전개

by 밍두두 2026. 1. 7.

진화경제학의 이론적 기초와 현대적 전개

진화경제학(Evolutionary Economics)은 주류 경제학의 틀 안에 위치하면서도, 진화 생물학과 복잡계 이론에서 영감받은 비주류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학문 분야이다. 전통적 경제학이 합리적 개인, 균형 상태, 최적화된 선택을 전제로 분석을 전개하는 반면, 진화경제학은 경제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과정 중심적 시스템으로 바라본다. 이 관점에서 경제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기술 혁신, 제도 변화, 학습, 모방, 실패와 같은 요소들이 누적되며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살아 있는 체계로 이해된다. 진화경제학 역시 경쟁, 성장, 자원 제약, 구조적 변화와 같은 핵심 주제를 다루지만, 이를 해석하는 방식은 주류 경제학과 뚜렷이 구별된다. 전통 경제학이 희소성과 합리성을 출발점으로 삼아 수학적 최적화 모델을 구축하는 데 반해, 진화경제학은 실제 경제 주체들이 완전한 정보나 완전한 합리성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행동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적 선택’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는 선택이다. 진화경제학의 핵심 관심사는 기업, 제도, 산업, 고용 구조, 생산 방식, 무역 형태 등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가 하는 과정 자체에 있다. 이 학문은 경제 주체들의 경험, 상호작용, 학습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략이 생성되고, 그중 일부만이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즉, 경제 변화는 설계된 결과가 아니라, 변이–선택–유지라는 진화적 메커니즘을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 혁신과 제도 변화는 진화경제학에서 핵심적인 연구 대상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조직 형태는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점차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은 전통적 의미의 효율성이 아니라 **적응 효율성(adaptive efficiency)**이다. 이는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은 경제 발전을 단순한 성장률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제도와 행동 양식의 진화 과정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진화경제학은 또한 경제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비평형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본다. 주류 경제학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중심 개념으로 삼는 데 비해, 진화경제학은 불균형, 불확실성, 불완전성 자체를 경제의 정상 상태로 간주한다. 시장은 항상 안정된 균형으로 수렴하지 않으며, 오히려 충격, 혁신, 정책 변화, 사회적 갈등 등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러한 비평형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기존 산업은 쇠퇴하며, 고용 구조와 소비 패턴도 재편된다.
이러한 관점은 복잡성 경제학(Complexity Economics)과도 깊이 연결된다. 복잡성 경제학은 경제를 다수의 이질적인 행위자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복잡계로 이해하며, 전체 시스템의 성질이 개별 행위자의 단순한 합으로 환원될 수 없다고 본다. 진화경제학 역시 이질성, 상호작용, 네트워크 효과, 경로 의존성을 강조하며, 경제 구조가 과거의 선택으로 강하게 제약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한 번 선택된 길이 이후의 선택 가능성을 제한한다”라는 역사적 경로 의존성 개념으로 설명된다. 진화경제학은 의사결정자의 특성 또한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개인과 기업은 완전한 합리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제한된 정보와 인지 능력 속에서 학습하며 변화하는 존재이다. 이들은 실패를 경험하고, 다른 행위자를 모방하며, 점진적으로 행동 양식을 수정한다. 이러한 학습 과정은 경제 변화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며, 제도와 규범의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하여 진화 게임 이론은 진화경제학의 이론적 토대를 확장한다. 진화 게임 이론은 전략이 사전에 계산된 결과라기보다는, 반복적 상호작용 속에서 성공적인 전략이 살아남는 방식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이는 협력, 신뢰, 규칙 준수와 같은 사회적 행동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정착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분석은 경제를 단순한 개인 선택의 집합이 아니라, 사회적 규칙과 관습의 진화 과정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진화경제학은 또한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을 경제 현상에 적용하지만, 이를 단순히 생물학적 은유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제 변화는 목적론적으로 “더 나은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가 경쟁하고 선택되는 과정 속에서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포함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진화경제학은 경제 발전을 필연적 진보로 보지 않고, 비선형적이고 불확실한 적응 과정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자연주의적 성격을 지닌다.

한편, 진화 심리학과의 결합 역시 진화경제학의 중요한 연구 흐름 중 하나이다. 전통 경제학은 개인이 항상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한다고 가정하지만, 실제 인간의 선택은 종종 비합리적이며 편향되어 있다. 진화 심리학적 접근은 이러한 현상을 인간의 뇌와 인지 구조가 조상 환경에서 생존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는 점에서 설명한다. 즉, 오늘날의 소비 행동이나 위험 회피 성향, 손실 회피 경향 등은 현대 경제 환경에 최적화된 것이 아니라, 과거 생존 환경에서 유리했던 심리적 기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효용, 선호, 만족과 같은 기본 경제 개념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선호는 생물학적 진화와 사회적 학습의 산물이며, 시대와 문화,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진화경제학은 경제적 선호를 주어진 데이터로 취급하지 않고, 형성되고 변화하는 대상으로 분석한다.